《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6은 2022년 공개된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으로, 토미 셸비라는 인물이 성공의 정점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외로움에 빠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저는 처음에는 토미 셸비가 멋있어서 이 드라마를 봤습니다. 말수가 많지 않은데도 사람을 압도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계속될수록 이상하게 마음에 남은 건 그의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왜 계속 혼자인 것처럼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토미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오히려 강한 척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이 차이를 깨닫고 나니 《피키 블라인더스》가 단순한 갱스터 드라마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
넷플릭스에서 뭔가 볼 게 없나 뒤적이다가 《데드 투 미(Dead to Me)》를 틀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한 편만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돼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당시에는 무거운 작품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고 있었는데, 첫 화를 보고 나니 생각보다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젠이 화를 참지 못하고 툭툭 내뱉는 말들이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상실을 겪었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차분하고 성숙해지는 건 아니잖아요. 속으로는 힘든데 괜찮은 척하다가 별것 아닌 말에 예민해지는 모습이 오히려 제가 주변에서 봤던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성과 정체가 수상한 여성이 친..
범죄 드라마를 찾다 보면 자극적인 설정에 끌려 보기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에겐 넷플릭스 《오자크》가 딱 그랬습니다. 돈세탁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울 것 같아 틀었는데,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범죄 장면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다는 말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처음 《오자크》를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몇 화는 솔직히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터질까?’ 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시즌이 쌓일수록 범죄 자체보다 가족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티와 웬디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처음과 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부모 입..
《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한 복수극인데, 막상 보다 보니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욕망을 거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였습니다.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욕망이 거래되는 결혼시장, 렉스라는 공간《블랙의 신부》의 핵심 배경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Rex)'입니다. 일반적인 결혼정보회사와는 결이 다른 곳입니다. 렉스는 회원을 등급으로 나누는데, 그중 최상위가 '블랙'입니다. 여기서 블랙이란 단순히 재력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과 결혼하면 배우자의 사회적 위치 자체가 달라질 만큼의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사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결혼 한 번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해지는 사람입니다.제가 ..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던지는 인간 본성과 학교폭력에 대한 메시지를 분석한 리뷰입니다. 좀비 드라마를 보면서 공포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 우리 학교는》 12화를 다 보고 나서 정확히 그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다른 좀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 좀비가 나타나고, 학생들이 도망치고, 누가 살아남을지를 지켜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이상하게 좀비가 나오는 장면보다 학생들끼리 갈등하고 서로를 의심하는 장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저는 누군가를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별것 아닌 말 한마디, 친구를 대하는 태도 하나가 극한 상황에서는..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첫사랑 재회'라는 소재가 워낙 익숙하다 보니, 또 비슷한 멜로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9부작을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야에와 하루미치의 사랑이 아니라 제 자신의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는 첫사랑 이야기를 빌려 지나간 나를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런 감정을 예상했던 것은 아닙니다.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생각하면 보통 설레거나 애틋한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오래전의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됐습니다.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시절이 아니라,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