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글리치》는 UFO 실종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결국 인간의 기억과 믿음을 해부하는 드라마입니다. 처음 몇 화를 볼 때만 해도 저는 '도대체 외계인이 실제로 등장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화면을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0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UFO의 정체보다 지효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는 모습과 보라와의 관계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 마지막에 남은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꽤 독특한 드라마였습니다. UFO 소재인데 정작 외계인 얘기가 아니다《글리치》는 2022년 10월 7일 넷플릭스에 전편 공개된 10부작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장르를 한 단어로 설명하기가 꽤 어려운데, 넷플릭스 공식 분류도 SF·미스터리·코미디·스릴러를 동시에 붙여 놓을 ..
넷플릭스에서 시대극을 고르다가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을 재생한 것은 사실 큰 기대 없이였습니다. 《브리저튼》의 스핀오프(spin-off), 즉 기존 세계관에서 파생된 별도 작품이라는 점에서 원작의 인기에 기댄 가벼운 외전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6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려한 왕궁 배경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가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회를 보고 난 뒤에는 바로 다른 드라마를 재생할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보통 재미있게 본 작품은 곧바로 다음 시리즈를 이어서 보는 편인데, 이 작품만큼은 한동안 여운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사랑 이야기였지만 단순히 설레는 감정보다는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줄거리 — 원하지 않..
원작 '상견니'를 전혀 모른 채로 본 드라마였습니다. 사실 주변에서 "상견니는 꼭 봐야 하는 인생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았습니다. 한국판만으로도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작품인지 먼저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비교 대상 없이 오롯이 '너의 시간 속으로' 자체만 바라보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감성 로맨스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중반쯤 되니 앞 화면을 두 번씩 되감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줄거리, 등장인물, 결말까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줄거리: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퍼즐이었다처음에는 연인을 잃은 여자가 과거로 돌아가 사랑을 다시 만난다는 단순한 설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이 드라마는 타임슬립(time-slip), 즉..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는 2023년 6월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또 SNS 소재 드라마구나" 싶었는데, 1화가 끝나자마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 SNS를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올린 화려한 일상을 보면서 "정말 저렇게 살까?"라는 의문을 종종 품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는 화려한 화면보다 그 뒤에 숨은 감정들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팔로워 숫자가 곧 권력이 되는 세계, 그리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배신을 이 드라마만큼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SNS가 권력이 된 세상, 드라마는 얼마나 현실적인가드라마는 죽은 줄 알았던 인플루언서 서아리가 자신의 SNS 계정으로 라..
넷플릭스에서 뭔가 틀어놓고 싶은데 마블은 이제 좀 질리고, 그렇다고 무거운 범죄 스릴러는 피곤한 날이 있습니다. 딱 그런 날 저는 《슈퍼셀(Supacell)》을 봤습니다. 첫 화가 끝날 즈음에는 이미 두 번째 화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2024년 6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국 SF 드라마인데, 초능력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남런던의 현실적인 생활상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다른 히어로물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영국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조금 망설였습니다. 미국 히어로물에 익숙하다 보니 규모가 작거나 밋밋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 편, 두 편 보다 보니 오히려 그 소박한 분위기가 인물들에게 더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현실성 — 초능력보다 먼저 생존이 있었다이 드라마를 ..
넷플릭스에서 베이비 레인디어를 틀었을 때, 저는 그냥 긴장감 넘치는 범죄 스릴러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을 잡는 장면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주인공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고, 왜 이렇게 답답했는지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은 스토킹보다 사람 안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스토킹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무명 코미디언 도니 던이 술집에서 힘들어 보이는 중년 여성 마사에게 무료로 차 한 잔을 건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작은 친절 하나가 어떻게 걷잡을 수 없는 집착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인데, 처음 두 회차쯤은 "아, 이런 방향이구나" 하고 쉽게 예상했습니다.그런..